2018. 7. 10. 03:10

2018. 3. 1.


이렇게 크나큰 진일보가 이렇게나 빠르게 다가올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굵직한 변화들은 경과규정으로 속도를 조절해 두었는데, 어떤 변화를 시도하든지 간에 "급격한 변화"라며 거품을 무는 집단을 피해가기 위한 좋은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보건대, 올 한해 노동운동의 핫 아이템은 휴게시간이 아닐까 한다. 일단은 당면한 문제인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가장 간편하고 빠른 대응이 시종업시간을 고정시킨 채 휴게시간을 막 때려넣는 것이니까.


이런 변화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은 "휴게시간 증가는 꼼수다" 라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그들이 가진 인적, 물적 역량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한심한 것 아닌가.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은 당사자간에 합의해서 (근로자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겠냐만, 사람들은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쉬는시간을 늘린 건데 그게 문제될 것이 있냐는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휴게시간 넣는 게 계약자유냐 나쁜짓이냐는 식의 소모적인 논의만 지속될 것이다. 이래서는 논의가 진전이 될수가 없다.


이렇게 휴게시간 넣는 것만 가지고 꼼수라고 주장하긴 힘들다고 본다. 자구책이랍시고 휴게시간은 잔뜩 집어넣더니, 그 휴게시간 지키지도 않더라는 게 밝혀져야 우위에 설 수 있다. 휴게시간 더 넣는 거 별거 아닌건 줄 알았는데, 치사하게 쓰지도 못할 시간에 배치하는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야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니, 한발 더 앞서나가야 한다. 휴게시간을 준수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휴게시간을 준수한다는 말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벗어나 그 시간을 온전히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래의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휴게시간의 참뜻을 널리 알려야 한다. 계속 강조하고 반복해야 한다. 지킬 자신이 없는 사업주는 휴게시간을 잔뜩 넣느니 차라리 출퇴근시간을 조절하자고 유도해야 한다.


덧붙여,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자체의 상승 뿐 아니라 이렇게 임금저하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노동계에 팽배한 "장시간 근로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줄어서 임금인상 없었으니 최저임금인상 취지를 상쇄하는 것"이란 주장이 얼마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Posted by mein.beruf.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