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0. 03:02

2017. 10. 25.


모처럼 들어선 대화가 가능한 정부에게 무언가 요구할 기회, 정부가 더 급진적인 행보를 갈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줄 기회, 단순한 이익단체일 뿐이라는 세간의 오명을 벗어던질 기회.


이 모든 걸 잃어버리고 대체 무엇을 얻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비웃음 정도 있을까. 한국 좌파단체들은 협상에 알러지가 있는 건가? 어머니는 집 나간 아버지를 보면서 진짜 자존심이 뭔질 모르는 인간이라며 혀를 차곤 하셨는데, 딱 그 꼴이 되고 말았다.


민주노총이 청년층을 조직하지 못해 고민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 속으로 정말 많이 웃었다. 민주노총이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뭔데? 하청업체,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 등등 사업장에서 일하는 파편화된 청년들에게 적용될 초기업적 단체협약이 있나? 내가 아는 한 없다.


반면 청년 한 명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려고 치러야 하는 댓가는? 시간, 조합비, 낡은 아저씨 중심 문화, 사장님의 눈총, 부모님과 친구들의 걱정.. 기타등등. 아무리 봐도 노동조합 같은 거 하느니 차라리 공부를 하거나 지금 하는 일 더 열심히 하고, 최저임금 올리는 정치세력한테 투표하는 게 훨씬 이익이다.


오늘 정태인 소장님 강연을 들으면서 알게 된 "연대임금제"에 대한 논문을 몇 편 읽어봤다. 여러가지 성공요인이 있었겠지만, 노-사-민-정 간의 치열한 협상과 거대 산별노조가 연대의 정신을 먼저 발휘하여 영세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점이 가장 핵심적 요인이 되었다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본디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자기 이익에 우선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나는 스웨덴 노총은 되고 민주노총은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연대의 전통이 있었던 스웨덴 노총도 노동환경 변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아직도 8-90년대 운동권 관성으로 살고 있는 조직은 오죽 하겠나 싶다. 오늘 민주노총이 내놓은 입장문이 "선서 안 했으니 위증 아니다"라는 주장이랑 대체 뭐가 다른지.

Posted by mein.beruf.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