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0. 02:59

2017. 7. 19.


1. 조만간 Dream Theater의 Images and Words 앨범발표 25주년을 기념하는 내한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I&W가 25년밖에 안 됐다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최근 알게 된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Radiohead의 OK Computer가 올해로 발표한 지 20주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게 1997년에 나온 앨범의 수준이라니.


2. 오늘 Radiohead에 관한 기사를 하나 접했는데, 최근 우리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는 잘못들이 이 사건에도 드러나 있는 듯 하여 소개해 본다. http://teamrock.com/…/roger-waters-slams-thom-yorke-over-ra… (요즘 영어 쓸 일이 없어서 오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Radiohead는 19일 이스라엘에서 공연 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하여 영화감독 Ken Loach가 BDS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트위터 멘션을 보냈으나, Thom Yorke는 그 나라에 가서 공연하는 것이 꼭 그 나라 정부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찾아보니 여기까지의 과정은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 여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여기서 BDS운동이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박해에 반대하여 이스라엘에 대한 전방위적인 보이콧(Boycott), 투자회수(Divestment), 제재(Sanction)를 내용으로 하는 문화인들의 운동이라 한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상식선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나, Roger Waters가 끼어들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Thom을 공격한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Thom이 아무것도 모르는 데 부당하게 공격당한 양 징징대고(whining) 있지만, Radiohead 친구들이 공부가 되어있다면 이스라엘에서 공연하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며, 반대하는 자신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Roger Waters의 발언의 요지다.


사회적 운동을 조직할 때, 이것좀 같이 해 봅시다 라며 권유하는 것과, 거기 동조하지 않는 사람을 공부가 덜 되었다거나, 의식이 부족하다며 힐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 행동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정당성을 이유로 방관자들을 쉽게 비난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그들이 방관한다는 사실 뿐 아니라, 왜, 어떻게 방관하느냐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 싶다. 예컨대, Donald Trump를 지지하는 이유가 정말 소수자에 대한 혐오때문인지, 아니면 Hillary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지를 모두 구별해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Thom Yorke라면 굳이 이스라엘에 가서 공연을 하진 않았을 거다. 같은 이유로 Roger Waters도 2015년에 이스라엘 공연을 취소했겠지. 그러나 Roger Waters의 선택만큼이나 Thom Yorke의 선택도 존중받을 만한 이유가 있다.


소통을 진짜 거부하고 있는지, 그 소통에 응해야 할 의무가 그에게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이스라엘에 가서 공연하는 것이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Thom Yorke의 항변은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이걸 쓰면서 갑자기 생각났던게, Dream Theater가 공화당지지자라는 걸 알게 돼서 CD를 다 갖다버렸다는 지인의 지인의 지인 이야기다. 세상을 무 나누듯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면 여러가지가 편리해지기는 하는데, 그 편함이 삶이나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다.


3. 임진모 선생님이 <The 100 Greatest Prog Anthems Of All Time>을 소개하면서 Haken이나 Porcupine Tree와 Steven Wilson같은 최근 잘 나가는 젊은 뮤지션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


4. 최근에도 제일 열심히 듣는건 Haken, Riverside, Anathema같은 Heavy Prog 음악들인 것 같다.


5. 근자에 Hear n' Aid의 Stars 영상을 다시 봤는데, 어렸을 때 처음 봤을 때보다 알아보는 사람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놀랐다. 그땐 유러피언 파워메탈, 예테보리쪽 멜데스정도만 좀 파고든 수준이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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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8. 7. 10. 02:56

2017. 7. 9.


날 때부터 "매니아"는 없다.


나는 메탈음악 매니아다. 그리고 메탈음악은 죽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나는 이 그림이 대표적인 이유를 보여준다고 본다.


이 그림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내가 공감한 것은 이것이다. "always fun to hate a band when they become popular... music snob"


"매니아"들은 정통이냐 아니냐를 주제로 소모적인 논쟁을 한다. 메탈의 경우에는 "True"메탈이니 "False"메탈이니 하는 드잡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재밌는 것은 이들에게 뭐가 트루한 메탈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명쾌하게 못 한다는 점이다.


"매니아"들이 욕하는 것은 대체로 인기있는 음악, "매니아"보다는 일반 대중에게 소구하는 대중적인 음악이다. 그림에는 Five Finger Death Punch가 등장했지만, 우리에게는 Linkin Park가 익숙한 예가 될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욕 먹는 데 지친 뉴비들은 장르에 등을 돌리고 고인물만 남는다. 신규 리스너가 유입되지 않는 장르는 장사가 안 된다. 그러므로 유능한 뮤지션들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한다.


살아남은 뮤지션들은 대부분 과거에 다수의 팬을 확보한 중견 밴드들 정도이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거의 사장되게 된다. 그리고 남아있던 리스너들이 하나 둘 인기있는 음악을 들으러 가거나, 음악을 안 듣기 시작한다면 이들조차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매니아"들은 전통을 지켰다고 자랑스러워할 지 모르겠지만, 그 장르는 죽어버린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열성적인 수호활동은 뉴비들에 비해 자신들이 가지는 알량한 우월성의 확인의 의미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셈이다.


.


나는 20년째 야구팬이기도 하다. (최근 일련의 더러운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프로야구는 정반대의 길을 걸음으로서 상당한 성공을 일구고 있다.


2000년대 중반 WBC,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야구팬들이 대거 유입되자, "매니아"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이들을 "얼빠'라 비하하였다.


기록도 볼 줄 모르고 규칙도 모르는 자들이 무슨 야구팬일 수 있느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야구계에 책임있는 인사들은 "매니아"들의 의사와 반대로 "얼빠"들이 야구에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몇몇 구단부터 시작하여, 방송사, 해설위원들이 발벗고 나서 여성, 어린이를 중심으로한 라이트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가지의 수단을 강구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이 각종 방송에 출연하여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여성팬들이 야구흥행의 중심이라며 <여성을 위한 야구 설명서>를 출간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렇게 비하당하던 "얼빠"들이 10년쯤 지나 이제는 WAR을 가지고 선수를 평가하고, 좌우놀이와 같은 옛날 야구에 젖어있는 감독들을 앞장서 비판하기도 한다. "얼빠"들이 시장을 키워 세이버쟁이들까지 먹여살리는 셈이다.


.


메탈 씬이 커트 코베인 등장 이후 거하게 망한 이후, 여러가지 장르적 시도에 대해 조금 더 관대했다면 어땠을까.


반대로, 야구계가 새로운 팬들의 등장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들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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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12. 9. 17:03

요즘 음악에 관해 즐거운 대화를 할 일이 많이 생겨서, 내 음악역정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한 번 하려고 했는데.

1기: 입문


내가 의식적으로 음악을 찾아듣던 시기가 약 13-14년쯤 전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직전에는 나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스티브 유, 신화를 즐겨 들었다. 내 기억에 이 당시 에쵸티랑 젝키는 이미 한물 가 있었고 신화냐 지오디냐 가지고 난리들을 치던 시기였는데 신화가 인간적으로 호감이 갔다. 쭌형이 이런 사람일줄은 그땐 몰랐지.

아마 이 시기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도 파워메탈을 통해 메탈음악에 입문했다. Rhapsody(of fire), Helloween, Gamma Ray, Blind Guardian, Sonata Arctica, Stratovarius, Edguy, Nightwish, Dragonforce, Children of Bodom(얘는 멜데스지만.) 등이 이때 접한 밴드들이다. 이 장르는 지금은 제일 좋아한다고 하긴 어렵지만, 왠지 고향같은 느낌도 있고 그렇다.

한창 유행하던 얼터너티브메탈도 이때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System of a Down, Slipknot, Static-X, Mudvayne, Shadows Fall, Disturbed같은 밴드들이 CD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장르가 지리멸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추억때문에 아직 가지고는 있지만 아마 조만간 CD를 정리하게 되면 얘들을 제일 먼저 내보내지 않을까 싶다.

이 시기에 브릿팝도 엄청 유행을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당시에는 그다지 내게 와닿는 건 없었다. 다만 Radiohead의 Ok Computer 단 한장이 예외였다.


2기: 확장

이때에는 교양필수같은 음악들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지금껏 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Dream Theater를 처음 들었던 것이 이 시기다. 이때 접했던 음악으로는 Deep Purple, Metallica, Slayer, Judas Priest, Dio, Ozzy Osbourne, Pantera, Rammstein, Hatebreed, Dark Tranquillity, Yngwie Malmsteen 등이 보인다.

Iron Maiden이나 Megadeth를 접한 건 훨씬 나중의 일이었는데, 아마 이들을 더 일찍 접했다면 Judas와 Metallica 음악을 훨씬 덜 들었을 테니 다행이라 해야 할지(;;). Judas vs Maiden이 메탈 리스너들에게 엄청난 논쟁거리라 하는데 나는 무조건 후자에 속하는 사람인 것 같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닌 동아리를 하던 게 이때쯤이었는데, 클래식음악을 이때 듣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Chopin이랑 Tchaikovsky, Rachmaninoff 밖을 거의 못 벗어나고 있지만. 좋은 기억은 아닐 지라도 두 가지 감사한 건 있는데, 참 좋은 사람들 몇 명을 알게 됐다는 거랑 같잖은 음악부심을 이때 버릴 수 있게 됐다는 것 덕분이다. 이때 음악세계가 많이 넓어졌다.

이 클래식음악들을 타고 넘어간 게 탱고, 월드뮤직, 뉴에이지 같은 것들이다. 이상민 형 추천으로 박주원을 듣기 시작했고, Rodrigo y Gabriela, Ryuichi Sakamoto, Yuriko Nakamura 등이 이때 즐겨듣던 아티스트들이다.


3기: 천착

여태껏 넓혀둔 음악세계를 이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프로그레시브장르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이 이 때이다. Rush, Symphony X, Queensryche, Pink Floyd같은 거장들을 이때야 접하게 됐는데, 그런가 하면 Animals as Leaders, Skyharbor같은 젠트장르 신인들도 이 때부터 듣기 시작했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탐색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Opeth나 Ne Obliviscaris같은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부터 시작해서, 제일 많이 들었던 건 Dark Tranquillity나 Omnium Gatherum과 같이 프로그레시브+앳모스퍼릭한 멜로딕 데스메탈이었다.

음지의 음악만 듣던 내게 양지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도 일종의 파고들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취향이 굉장히 대중적으로 오픈된 것이 이 때의 일이다. 팝음악, 대중적인 하드록, 그런지장르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Halestorm, Shinedown, 3 Doors Down, Breaking Benjamin, Three Days Grace 같은 아티스트들이 대표적이겠다.

재즈를 들어보려고 용 썼던게 이 때쯤 부터였는데, 영 소득은 없었고.


4기: 지금

최근 가장 흥미를 느끼고 있는 음악은 Steven Wilson과 Porcupine Tree, Riverside, Haken, Gogo Penguin같은 하드프록과 재즈이다. 한동안은 계속 프로그레시브록이나 재즈의 고전들쪽으로 파고들지 않을까 하는데, 워낙 변덕이 죽끓듯 하는 인간이라 어찌 될 지는 모르는 일이다.

남이 내 아이폰 라이브러리를 보면 경악할 거다. 어째서 김윤아 2집이랑 Dissection이 같은 아이폰에 들어있는 거냐고. 지금은 취향자체가 굉장히 넓어졌고, 유동적으로 변해있는 것 같다. 남들이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적당히 취향을 맞춰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까. 상당히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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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11. 22. 01:32

잠비나이 음악을 듣고 있자니 이런 생각을 한다.


한동안 인디 음악에 꽤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인디 뮤지션, 팬들의 한탄은 여기저기서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 실제 한국은 물론 세계수준에서도 먹힐 법한 음악을 하는데도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많다. (물론 택도 없는 걸 하면서 한탄만 하는 경우는 더 많이 봤기에,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비아냥대는 것 또한 이해한다.)


나는 인디 음악에 대한 외면은 가볍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인디음악까지 파고들지 않고, 깊게 듣는 사람은 인디 음악을 굳이 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내가 속해있는 후자집단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문화의 세계화를 가져왔다. 리스너들은 이제 클릭 몇 번이면 정말 좋은 음악을 하는 대가들은 물론, 인도 뉴델리에서 최신 젠트 프로그레시브 장르를 시도하는 인디 뮤지션까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새로운 음악의 탐색을 도와주는 유투브,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의 큐레이터들이 나타났으며, 인터넷에 서식중인 매니아들이 열심히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영업다니고 있다.


뮤지션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줄 리스너들이 전 세계 수준으로 넓어졌진다는 엄청난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런 기회를 잡았던 것이 잠비나이나 이디오테잎,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같은 뮤지션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한 대부분의 뮤지션들에게 세계화는 경쟁상대가 무한정 늘어난다는 위기일 뿐이다. 리스너들의 플레이리스트 한 자리를 꿰차려면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들, 서태지나 조용필같은 거장들은 물론, 해외의 마이클잭슨, 비틀즈와 같은 전설들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시아나 로드같은 신예들의 옆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너들이 굳이 홍대바닥에서 목에 힘주고 있는 뮤지션들 음악을 들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세계수준에서 리스너들의 선택을 기다릴 정도의 아이디어와 재기도 없고, 로컬의 취향에 맞춰 로컬에서 먹힐 수 있는 음악을 할 수도 없으면서 리스너들 탓만 하고 있다면, 사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다분히 자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있다는 점을 살려서, 정말 한국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운드나 주제를 건드준다거나, 말 잘듣는 몇 명하고 친목질만 할 게 아니라 리스너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등 로컬이라는 장점을 살리는 게 참 좋은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뭐 리스너라 남말하듯 할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얘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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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10. 8. 21:37

음악에 철학이 없는 것으로 공인된 인간이나, 일정이 끝났으니 후기를 쓴다. 주관적 감상에 가까우니, 거의 모든 문장에는 "내가 듣기엔" 이란 말이 생략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선 플랫폼창동61x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9/30-10/4).


나는 많이 들어온 락, 메탈도 잘 모르지만, 재즈는 저언혀 모른다. 학교 수업에서 조금 주워들은 게 있을 뿐. 이번 행사는 집 앞에서 하는 무료공연이라는 점에서 재즈에 입문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일거라 생각해서 신청하게 됐다. 2일에는 Nightwish를 보러 가야 했으므로, 2일을 뺀 금토월화 4일의 공연을 보았다. 플랫폼창동61 직원들은 내가 재즈 매니아인줄 알거야 아마.. --;;


공연은 기대이상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기획이 꽤 치밀하고 관객을 고려한 배려가 느껴졌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주역이 되는 악기도 달랐고, 출연진이 하는 음악의 스타일도 다 각양각색이었기에, 재즈에 관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가 됐다.


Eugenia Choe Trio는 첫날부터 내가 기대하던 "재즈"를 들려줬다. 탁월한 연주력과 완급조절에 매력적인 멜로디가 대단했다. 연주자들이 번갈아가면서 곡을 주도하는데, 피아노 멜로디를 듣고있다 보면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새에 슬그머니 드럼이 분위기를 고조시켜 베이스가 바턴을 넘겨받아 달리는 식이었다. 이걸 보고 있자니 왜 재즈를 공연장 가서 들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현금이 없어서 CD를 못 샀다는 거라.. 다음에 amazon에서 RIverside앨범 살때 같이 사야지.


내가 취미로 기타를 치는 사람이다 보니 Frank Kuruc Quartet도 꽤 관심이 갔었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었다. 음악은 내가 요즘 빠져있는 음악들처럼 Calm한 감수성을 건드리는게 참 좋았는데, 워낙 연주력이 좋아 연주하는 것만 보고 있었는데도 70분이 그냥 가버렸다.


Boylston Jazz는 활동한지 8년이 됐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기엔 굉장히 젊은 팀이었다. 이전의 Frank Kuruc Quartet이 차분하고 안정적인 연주를 보여줬다면 이 팀은 굉장히 에너제틱한 연주를 보여줬다. 들으면서 계속 왜 이렇게 이 팀은 프로그레시브 메탈같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였으니.(내 취향엔 가장 잘 부합한다는 말이다.) 출연자들이 다 무대위에서 굉장히 행복해한다는 느낌을 줬던 게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날 Three Fall & Melane는... 아직 내가 이 팀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이 안 갖춰진 느낌이다.. 브라스에 이펙터, 루퍼를 적극적으로 써서 사운드는 꽤 실험적인데 송라이팅이 좀 전형적인 느낌이라서.. 내 취향은 아닌듯. ㅠㅠ


나는 안먹었지만 준비된 와인과 다과도 매일 다른 컨셉으로 신경을 썼었던 모양이다. 내가 본 4일 중 3일의 공연에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멤버가 있었는데, 내겐 관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느껴졌다. 실제 이들의 말을 통해서 그들이 하는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이쪽 취향을 더 넓혀갈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 있게 된다면,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다음은 Nightwish(10/2).


내가 이 밴드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게 대략 2003, 2004년 쯤이었다. 당시에 Rhapsody(of fire), Nightwish류의 멜로딕 메탈, 파워 메탈, 심포닉 메탈이나 Slipknot, System of a down같은 얼터너티브 메탈을 통해 다수의 메탈음악 리스너들이 입문했던 것처럼, 나도 이런 전형적인 유형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 밴드는 소프라노 보컬을 기용하고, 기존 밴드들과 다른 개성있고 웅장한 송라이팅으로 2000년대 초중반에 이미 한국에도 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2001년 이후 16년간 내한공연이 없어서, 2001년 부산에서 리더 투오마스가 물병에 맞아서 그런 거라는 둥 별 얘기가 많이 나왔었고, 나도 그냥 외국 나가서 봐야되나 하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밴드로 Blind Guardian이 있다. 진짜 독일이나 일본을 가서야 볼 수 있을것 같어.


이번 공연은 역시나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주최측이 준비가 잘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역씌 도프다. 보컬이 잘 안들리긴 했지만 사운드도 "이 정도면" 잘 잡은 것 같고, 입장운영도 매끄럽게 된 것 같다. 그에 호응해 관객도 굉장히 많이 들었고, 무척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띄워줬다.


워낙 곡이 잘 만들어졌고, 연주력 또한 이미 검증되어 있는 밴드라 공연 내용은 별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이바닥 최고의 보컬 중 하나로 꼽히는 Floor와 매력넘치는 Marco의 무대장악력때문에 공연 자체의 재미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나는 초기작품도 좋아하지만, 프로그레시브적으로 선회한 최근작품들을 더더욱 좋아해서 신보중심으로 짠 셋 리스트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십 수년을 기다려온 Wishmaster, Stargazers, Sleeping Sun같은 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는 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앙코르가 없었던 게 얘기가 좀 나오는 모양인데, 앙코르 맡겨놓은 것도 아니고.. 신보 마지막 트랙 "the Greatest Show on Earth"로 공연 끝내는 걸 의도했던 걸로 보여 아쉽긴 했어도 나쁘진 않았다. 참, 요즘 Wishmaster를 연습하고 있는데, Emppu형도 솔로하다 손이 꼬이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다.(...)


지금껏 꽤 많은 공연을 다녔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였던 공연 중 하나로 꼽을 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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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4. 15:47

70년대 영국 하드록 3대장이라 불리는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블랙 새버스 중에선 딥 퍼플을 가장 좋아하는데, 앨범을 하나 꼽으라면 딥 퍼플의 Machine Head를 근소하게 누른 새버스의 Heaven and Hell을 꼽는다.


배캠의 배순탁 작가는 앨범과 동명의 트랙인 Heaven and Hell을 "헤비메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대답 대신 내밀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완전히 공감한다.


다만, Heaven and Hell 외에도 Neon Knights, Children of the Sea, Die Young 같은 트랙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 설명은 이 트랙 하나만이 아니라 이 앨범 전체에 적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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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4. 15:44

어렸을 땐 얼트록은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큰 깨달음을 얻고 음악에 편견을 두지 않게 된 이후로는 아주 잘 듣고 있다. 물론 내가 like와 favorite를 다소 구분하는 편이라는 건 감안해야 한다.

개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포스트-)그런지류인데, Shinedown, Creed, Alter Bridge, Breaking Benjamin 같은 것들이 퍽 괜찮다. 대중적인 노선의 Nickelback이나 Daughtry같은 것도 괜찮다. 보통 누가 록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쪽에서 찾는 편이다.

근데 그런지 록의 대표라 할 수 있는 Nirvana는 영 별로다. 왠지 하나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Nevermind앨범을 사긴 했는데, SLTS랑 Come as you are 빼면 영 마음에 드는 트랙이.. 그냥 이거 누구 줘버릴까 싶기도 하다. 누구 주기로 했는데 잊어버린 거였던가..?;;

사실 난 비틀즈랑 지미 헨드릭스도 별로 안 좋아함.. (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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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9. 4. 15:30

"And I am not frightened of dying, any time will do, I don't mind. Why should I be frightened of dying? There's no reason for it, you've gotta go sometime."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언젠간 죽게 될 거고,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왜 내가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죠? 그럴 이유가 없어요. 언젠간 죽음을 맞아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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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9. 4. 15:08
평소 안 보이던 빛 바랜 사진이 보인다. 사진에도, 사진 속 사람들에게서도 지나온 시간이 느껴진다.

사진은 착실히 시간의 흐름을 따라오면서 낡아버려 당당히 자신이 버텨온 세월을 자랑한다. 한편,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서도 나름의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거대한 장벽이나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계곡, 끝이 보이지 않는 심해와 같은 것들을 마주하였을 때 나도 모르게 손 끝이 저리는 공포를 느끼듯, 긴 시간이 지나간 자국을 마주했을 때에도 어떤 왈칵하는 감정을 느낀다.

너무나 거대해 무엇인지조차 인지할 수 없는 대상을 마주하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 두려움이 조금, 슬픔도 조금 담겨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알지도, 말하지도 못하겠다.

절벽위에 외줄을 걸고 그 외줄을 이만큼 걸어왔구나, 하는 공포, 이만큼 걸어왔는데 그 동안 무엇을 한 것이지? 하는 슬픔. 그리고 저 앞에 도달한 나는 어떤 기분일까? 하는 두려움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

현실이 고통을 주면, 아직 오지 않았지만 오지 않을 리 없는 죽음을 상상하고, 그 상상이 주는 감정을 통해 스스로 고통받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물론 이제는 안다. 지금 저 앞의 나를 상상하기에 고통스러운 것이지, 내가 저 앞까지 걸어가는 동안 시간은 무수한 상처를 내 그 고통에 익숙해지도록 할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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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9. 4. 14:04
난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는 내 안의 기적이라는 걸 

나는 언제나 믿어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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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