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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10 쉐이프 오브 워터를 봤다. 1
  2. 2018.07.10 코코를 봤다.
  3. 2018.07.10 <겟 아웃>을 봤다.
  4. 2018.07.10 송곳 5-8
  5. 2018.07.10 문라이트를 봤다.
  6. 2016.12.24 <라라랜드>를 봤다.
  7. 2016.12.24 <I, Daniel Blake> 를 봤다.
  8. 2016.10.01 밀정을 봤다.
  9. 2016.09.04 사도를 보았다.
  10. 2014.08.15 Porco Rosso
2018. 7. 10. 03:10

2018. 2. 25.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는 것. 아마 누구나의 바람이지 않을까.


여자에게도, 괴물에게도.


연민조차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이끌림이 바로 사랑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따지고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동기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특별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들이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이 영화가 계속 생각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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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8. 7. 10. 03:09

2018. 1. 31.


초반은 참 좋아하던 나일론 스트링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 좋아했었는데.

.

그리고 중반부 이후의 내용은 죽음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방황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 감상은 내 마음을 대변하는 아래의 글로 갈음해도 될 것 같다.

.

『일찍이 멕시코의 시인이자 문화비평가 옥타비오 파스는 ‘죽은 이의 날’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멕시코사람들은 죽음을 놀리고 어르며, 죽음과 함께 잠들고 함께 잔치를 연다. 죽음은 멕시코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며 죽음은 멕시코사람들이 평생을 함께하는 연인이다.” 아마도 멕시코사람들은 죽음으로 얼룩진 근대사를 살아오면서 이렇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왔을 것이다.』

.

- 박정훈, "죽음은 멕시칸들의 연인", 한겨레21 제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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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10. 02:55

2017. 5. 22.


관객들의 사고가 한 가지 방향을 향하게 인위적으로 몰아놓고서는 '자, 봐라 이게 니네 머릿 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차별의식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세련되지 못한 것 같다.


차별적인 사회에 대한 비판과 도를 넘은 SJW들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던 Key & Peele 중의 Peele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라면, 차별받는 흑인의 현실을 고발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수를 요구하는 작품은 아닐 거라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거창하게 고발한 현실이 별로 새로운 내용도 아니거니와, 영화라는 형식을 빌어 그 익숙한 현실을 별로 낯설게 바라보지도 못 했다고 생각한다. 온갖 장치들이 서로 조응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흩어져버리거나 인위적으로 끼워맞춰져, "이번주 무한도전 해석" 류를 즐기던 치들만 신이 난 듯 하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장치들을 "이거 복선이야~" 하고 대놓고 보여주질 않나(특히 카메라 플래시), 소파 솜으로 귀를 틀어막고 위기를 해소하는 것 등은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다. 사실 "놀랬지?" 하면서 내민 영화의 막바지가 옛날에 신하균 나왔던 영화를 연상시켜 김이 많이 빠졌다. 재미가 없을 거라면 차라리 탐사보도 다큐멘터리가 더 가치가 있지 않나.


나로서는 작년에 영화를 취미삼아 보기 시작하면서 접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문라이트>와 같은 작품들이 사회문제들을 워낙 세련되게 다뤘기 때문에 이 작품의 부족함이 더 두드러지게 느꼈던 듯 하다.


건진 것이 있다면 "조쉬 라이먼"이 (제드 바틀렛이나 매튜 산토스가 아닌) 버락 오바마야 말로 최고의 대통령이고, 3선에 도전했다면 찍어줬을 거라 말하던 장면이 웨스트 윙을 재밌게 봤던 내게 준 소소한 웃음, 조던 필 감독을 닮은 유쾌한 교통경찰이 나온 장면의 빅웃음들 정도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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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8. 7. 10. 02:48

"정의, 인권, 진보..

모든 좋은 것을 선점하고 나쁜 것은 모두 외부에 떠넘긴 사람들은

해맑게 악했고 성찰 없이 선했다.


그들은 당당함과 무례를, 지배욕구와 정의감을 구분하지 못했다.

빼앗긴 권리가 곧 그들에겐 모든 행위의 당위이며 자격이었다."


정치와 도덕을 분리하여야 한다고 했던 마키아벨리즘을 삿대질하던 현대의 대중은, 그 잘난 도덕으로 도덕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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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8. 7. 10. 02:43

2017. 3. 1.


문라이트를 봤다.


굳이 봐야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이동진의 별점 4.5개를 보고 긴가민가하다, 박평식의 평점 7점을 보고는 보기로 결심하게 됐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바로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을 떠올렸다. 눈 앞에 새까만 하늘 사이로 새하얀 달빛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는 듯한 착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게 하는 곡이다.


라라랜드가 해질녘부터 자주색, 보라색, 남색으로 화려하게 변하는 밤하늘을 그리고 있다면, 문라이트는 한밤중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밝은 달만이 보이는, 드뷔시의 달빛을 연상케 하는 모노톤의 밤하늘을 그리는 것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그 낭만적인 필치로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못한 삶을 그리고 있다. 우리 가까운 곳 어디에나 있을법한 한 인간이 놓여있는 괴로움, 그리고 그 사이에 달빛과 같이 와닿는 작은 행복함, 사람과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상처받은 사람이 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모습, 상처로 인해 원래 자기자신과 180도 다른 삶으로 급커브를 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사랑을 만나 마음 한켠에 변하지 못한 소년이 다시 나오고 마는 모습에는 작지만 무거운 울림이 있었다.


이 울림은 낭만적이지 못한 삶은 아픔을 굳이 숨기지 않고, 낭만적인 따뜻한 시선으로 직시했기에 줄 수 있었 것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기에 아쉬운 점은, 이 영화를 굳이 "흑인", "게이"라는 정체성의 틀로 설명하고 싶어하는 기자, 평론가들이 오히려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틀 안에 제한해버리는 작용을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내가 본 이 영화는 이런 협소한 틀에 끼워 맞추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게 되는 상처, 사랑으로 인한 아픔, 그걸 보듬어주는 우연한 만남들의 보편성과 흑인이자 게이인 사람이 겪게 되는 더 큰 아픔과 사랑의 어려움이라는 특수성은 관객에게 각각이 감정적인 소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더 가치가 있다거나 하는 관계는 아니라 생각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에는 큰 감흥이 없지만, 글 쓰면서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그리고, 음악이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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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12. 24. 22:20

오후 2시 반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백수의 특권이지. 집에 와서야 이 작품 감독의 전작이 위플래시라는 걸 알게 됐다. 왠지 JK시몬스가 너무 위플래시랑 비슷한 모습으로 나왔더라.


이걸 알고나서 생각해보니, 저번 작품도 그랬지만 시각적인 부분, 특히 색과 채도를 기가 막히게 활용하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테마가 되는 색이 있고, 영화 분위기가 변함에 따라 나같은 문외한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색과 채도에 효과적인 변화를 준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가 특출나지 않아도 영화가 심심하지가 않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저물어 가는 장르를 아직 붙들고 있는 사람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사실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아마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이 영화를 봤다면 공감이 많지 가지 않을까 한다.


영화를 보는 데 시간과 비용을 들일만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음악 듣고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이고, 로맨스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두 주연의 꽁냥질을 바라보는 걸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만한 스윙재즈 같은 작품이다."


내가 스윙재즈를 들으면서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건 모던재즈를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꿈에 관한 동화는 꿈을 버리지도, 이루지도 못한 자는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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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12. 24. 22:19

옆 동네 상계동에 독립영화관이 생겼다. 이제 30분만 걸어가면 된다. 전에는 독립영화를 보려면 버스를 타고도 30분 이상 걸리는 돈암동까지 가야 했는데. 이상하리만치 올해는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2부리그팀 팬인 녀석들이 "미들스브로는 팀도 아니고, 영국 동북부에선 뉴캐슬만 알면 된다"고 말하던 것(선더랜드 : ???)과, 중국인 녀석이 영상통화로 EPL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스토크시티의 제너럴 찰(찰리 아담)이며, 그것은 그가 팀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라 말하는 부분었다. 


이건 영화의 주된 내용이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다. 축구얘기는 단 3분 밖에 안 나오니까. 그래도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이 부분이 짤방으로 제작되어 축구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나는 최근 Riverside나 Porcupine Tree, Jambinai같은 다소 우울하고 분위기있는(atmospheric) 음악들을 많이 듣고 있다. 작년에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영화도 사도였는데, 아마 내가 처한 상황과 감정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딱 이런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다만 사도가 저음부에서 몰아치는 둠 메탈같은 영화였다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담담히 풀어내는 전통적인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같은 느낌이랄까.


평론가들도, 영화를 본 일반 관객들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작품이다. 위에서 장황하게 축구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이 외에도 행정, 복지, 빈곤, 한부모가정, 아동 등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만 있다면 수 많은 생각들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기에 짜임새가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님에도 많은 찬사를 듣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흔히 "사회적 약자"라 호명되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그들을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담아 내거나, 반대로 기계적 중립을 이유로 필요이상으로 냉담하게 담아 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상을 미화하지도, 외면하지도 않으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놓고 떠먹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보는 사람이 여러가지 문제의식을 스스로 뽑아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세련된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상을 담백하게 그려낸 결과 등장인물들의 입체성이 드러나며, 모두들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되어 나타난다. 체제 안에서 버티고 있는 이들은 비겁하고, 선량한 사람은 선량할 뿐 무력하며, 약한 사람은 "약자답지 못하다".


그렇다. 약한 사람은 처절하다. 혹은 찌질하다. 평범한 인간들보다도 더 비겁해진다. 흔히 가진 게 없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다 말한다. 그러나 아니다. 조금이나마 쥐고 있는 것, 그것이 자신의 목숨 하나일 뿐일 지라도 그것이라도 지키기 위해 처절하고 찌질하고 비겁해진다. 평범한 이들은 그깟 생리대, 통조림때문에 처절하지지 않지만, 약한 사람들은 그깟 것들 때문에 자기 존엄성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 라던 구고신의 말이 많은 공감을 얻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약자가 사회가 요구하는 약자다움을 갖추지 못했다 하여, 그가 약자라는 현실이 바뀌는 것도, 그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겨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다니엘 블레이크는 비현실적인 슈퍼히어로같은 느낌도 난다. 그는 여전히 좋은 목재만 있으면 친구에게 선물할 책장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한 목수이자, 옆집 젊은이들, 친구의 자녀들과 편히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열려있는 어른이다. 그리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공무원들과 드잡이를 하고, 아무리 화가 났기로서니 건물 벽면에 그래피티로 도배를 할 만한 용기를 가졌다. 이런 사람이 현실에는 얼마나 있을까. 


감독은 슈퍼히어로같은 사나이 다니엘 블레이크조차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영국사회가 도탄에 빠져있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사족.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수 많은 다니엘, 케이티, 차이나와 같은 이들이 우리의 관심사여야 한다. 그들을 평균적인 인간으로 상정해야 한다. 평범하고, 처절하고, 찌질하고, 비겁한, 약자답지 못한 그런 이들. 장기적인 사회의 발전은 커녕 오늘의, 나의 생존을 챙기기에 급급한.


그들의 삶의 질이 바로 그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이 누리는 최소한의 삶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가 엄청난 양극화를 겪고 있는 지금, 그들이 이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그들이 사회 진보의 척도이며, 진보가 승리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진보의 이름으로 무엇을 이루어지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약자"라는 집단을 취사선택하여 일방적으로 호명하고, "약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선택받지 못한 약자들과 드잡이를 하는 우스운 꼴이 펼쳐지곤 한다.


창천항로의 조조는 유교에 대해, "수백년을 이어져온 윤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밝히는 진리가 있다. 그 한도 내에서 유교는 유용한 것이며 경의를 표할만 하다. 단, 유교가 사람의 인생을 속박하고 나라의 부흥을 상해할 때에는 내게 있어 유교는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된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누군가 종교마냥 떠받드는 진보도 결국 사람들과 사회를 속박할 뿐이라면 제거해야 할 장애물일 뿐이다. 최근 정당등록만 되어있는 사회운동단체들을 중심으로 다시 "진정한 진보"를 운운하는 퇴행이 벌어지는 모양인데, 이들과 함께 진보정치 전부가 폭풍에 휩쓸려 날아가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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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10. 1. 15:05

"밀정"을 봤다.

병원가는김에..

눈에 보이는 영상이 매우 아름답고, 귀에 들리는 소리와 음악이 극에 굉장히 잘 녹아들어 있다. 는 점은 괜찮았다.

다만 이야기의 짜임새가 아쉽다. 특히 인물들이 행동하는 동기에 관련해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개연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들이 보이는데,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이야기를 빼 놓고는 구색을 잘 맞춘 작품이니 만큼, 시간과 돈이 아깝게 느껴질 작품은 아닐 것 같다. 배경, 인물, 구도 하나하나가 굉장히 멋지고 예쁘게 구성되어 있으니, 그런 쪽에 관심이 있다면 그걸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지. 물론 이야기가 거슬리기 시작한다면.........

참, 나는 영알못이라는 걸 참고하시라는..

(덧붙여, 나만 느끼는 거라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조연들의 대사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 간격이 꽤 짧게 들린다. 연극을 볼 때 연기에서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영화에서 보니 좀 어색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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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6. 9. 4. 13:13

가정폭력은 대물림된다고들 이야기한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받았던 폭력과 폭언이 그의 인간성에 영향을 미쳐 성장하고 나서 그의 자식에게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고.


인간성이 고장난 부모의 폭력은 자식의 인간성을 고장내듯, 고장난 인간이 고장난 인간을 만든다. 인간성의 고장은 전염되는 것이다.


<사도>를 보면서 나는 <위플래시>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관객의 숨을 조인다는 면에서 많이 닮았다. 위플래시가 쉴 새 없이 몰아쳐서 가뿐 숨을 몰아쉬게 하는 느낌이라면 사도는 고요한 적막 속에서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리게 만든다고 할까.


그러나 두 영화가 가장 닮은 부분이라면 고장난 인간이 고장난 인간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고장난 인간들이 파멸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이다.


플레처 교수는 위대한 재즈를 만들기 위해 제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고장난 인간의 전형이다. 그리고 플레처를 만난 니먼이 플레처의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니먼의 인간성은 서서히 고장난다.


영조는 어떤가. 아들을 뒤주에 집어넣고, 그 뒤주의 입구를 손수 못질하는 아버지라니. 사도는 이런 충격적인 장면을 앞에 배치하고, 왜 이 부자는 이렇게 되었는지를 찬찬히 풀어나가며 그들이 어떻게 파멸해가는 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조는 영화 내내 자신이 받은 상처를 드러내고, 또 그 상처를 사도에게 물려준다.


두 영화는 고장난 인간을 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지만, 고장난 인간의 어떤 측면을 비추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차이가 있다.


위플래시는 고장난 인간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를 비추는 영화다. 스스로 어떠한 답을 내리지는 않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인간성을 담보로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한번쯤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제공한다.


반면 사도는 '왜 그 인간은 고장났는가?'를 보이기 위해 고장난 인간 각 개인의 내면을 깊숙히 비추는 영화다.


플레처와 영조는 각기 재즈와 종묘사직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 혹은 유보하였다는 점에서 닮아있지만, 사도가 보여주는 영조의 고장은 종묘사직을 지켜야 한다는 목적에 무수리의 자식이라는 신분적 한계에서 오는 피해의식, 신하들과의 긴장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파멸을 향해 일직선의 길을 달려가는 니먼과 달리, 사도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던 아이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청년이 되어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가 내면에서 어떻게 곪아가는 지를 보여주며 왜 아버지에게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는 지를 보여준다.


두 영화는 망가진 인간들이 파멸하는 과정을 보여줄 뿐, 그 전염의 고리를 끊는다거나, 고장을 치유한다거나 하는 결말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정조를 통해 영화는 세손이었던 어린 그가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받은 충격으로 상처받고 망가져가는 모습, 즉위하고 나서 어디엔가 마음의 그늘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또 다른 고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마치 '내가 아버지가 되면 저 사람처럼 자식을 패지는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던 사람, '내가 선배가 되면 저 사람처럼 후배들에게 갑질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그 자리에 가면 똑같은 사람이 되듯, 인간성의 고장이 전염되는 것을 막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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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15. 04:36

"날지 못하는 돼지는 평범한 돼지일 뿐이야."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 쪽이 나아."


"좋은 놈들은 다 죽었어. 게다가 거긴 지옥일지도 몰라."


-----


 대개는 볼 일이 없으니, 일 년에 영화는 두 편 정도 보는 것 같다. 굳이 영화관을 찾아 가지는 않고, 영화를 볼 시간이 있다면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오락을 하니까. 


 <붉은 돼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원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경비행기 조종이 취미인 것으로 유명한 진중권 교수의 극찬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5년을 묵혀놓고 있었으니, 내가 얼마나 게을러 터졌는지 알만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대개 그렇지만, 이 작품은 특히 '어른을 위한 동화' 같았다. 주제에서 파시즘과 자유를 대칭적으로 배치하고, 복엽 비행기와 '승부'를 주요한 사건의 중심으로 설정한 것은 이 작품을 어른의 것으로 만들고 있지만, 존재할 법한 세계를 창조하고, 이 세계를 동화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디테일을 절묘하게 숨겨놓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동화적이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다루며 파괴된 자연과 자연의 복수를 제시함으로서 관객에게 꽤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면, <붉은 돼지>는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 쪽이 나아."라는 묵직한 대사를 중간에 숨겨 두고도, 파시즘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지나, 피오와 포르코 간의 감정적 관계 또한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설정됨에도 포르코의 애매한 태도로 인해 그 구체적인 형태가 드러나지 않고, 비행기라는 무기를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선 죽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늘로 승천할 뿐이지. 그리고 이렇게 숨겨 둔 부분은 이 작품을 보는 '어른'들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다.


 파시즘이 세상을 어떻게 만드는지, 왜 나쁜지. 포르코가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사람은 어떻게 죽는지와 같은 비 동화적 소재들을 감춤으로서 관객은 옥시덴탈리즘적으로 버무려진 아름다운 동화 속 세계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 세계가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상상력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세계이라는 점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밀도있는 내러티브를 전개하거나, 가치있는 상상력을 은막위에 전개하는 것이다. 최근 어떤 영화가 이 둘 중에서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하고 맹목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 논쟁거리인 듯 하다. 이것에 대해 얘기하려는 건 아니고..


 대체적으로 나는 전자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후자의 영화가 마음 속에 더 와닿을 때가 있다. 마치 평소 여행의 가치를 견문의 확대로 생각해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는 소릴 하다가도, 휴양을 통해 소진된 정신을 만족스럽게 회복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제주도 참 좋지'라는 이야기를 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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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