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0. 03:01

2017. 10. 21.


재미가 없어서 원전 문제에는 관심을 안 갖고 있었는데, 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20대와 30대의 경우 1차 조사 때 각각 53.3%, 38.6%였던 판단 유보층이 4차 조사에서 각각 5.2%, 8.1%로 급격히 줄면서 이들 다수가 건설 재개 쪽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20, 30대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종합토론회에서 건설 재개 측이 20, 30대의 민심을 사로잡는 과학적 접근을 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재개 측은 토론회에서 “원전은 경주 지진보다 63배 규모가 큰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면서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건설 중단 시 연인원 720만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업 문제에 민감한 20ㆍ30대가 건설 재개로 방향을 튼 계기를 던져 준 셈이다.』


최근 청년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합리? 이성? 올바른 표현을 찾기 어렵지만,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이런 기준에 의해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청년들은 투표탄력성이 높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투표율이 일정하게 나오는 반면, 청년들은 대형 이슈가 존재하거나, 균열구조가 명확한 경우에만 높은 투표율을 보인다.


이들이 판단하는 기준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보다는 자기자신의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충실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온당하다. 이들의 기준을 가치판단 할 수 있느냐?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가치관이 나쁘다는 주장만을 늘어놓을 뿐이라면, 결코 청년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원전문제에서 청년들이 건설 재개를 선택한 것은 안정성, 일자리에 대한 건설 재개측의 주장이 청년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건설 중단측은 이를 뛰어넘을 주장을 내어놓지 못하여 외면을 받은 것이다. 꼭 단기적인 이해관계가 아니었어도 됐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재개했을 때 발생하는 장기적인 손실을 합리적으로 전달했다면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관망층이 건설 재개 쪽으로 기울었을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보수화" 되었다며 비난을 받고 있지만, 실은 이를 "탈정치화"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통계상으로도 그렇다.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 "중도", "진보" 중 하나로 고르라는 설문에서 20대로 갈 수록 중도는 늘고 보수, 진보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왜? 내 생각은 이렇다. 대다수의 청년들은 이제 자기 자신을 "보수"나 "진보"라는 협소한 틀에 가두지 않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투표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뿐 아니라, 어떤 정치성향을 지지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탄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반면 기성 정치권은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우리편에 어필하는 정치에 여전히 매달려있다. 낡은 반공주의, 지금 당장 탈핵.. 이런 낡은 도그마들에 매달려있는 기성정치가 지금의 청년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까.


소구하려는 대상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합리적으로 연결하여 전달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에게 미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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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