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0. 03:01

2017. 9. 30.


주거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Yes or No로 답하라 한다면 나는 역시 No에 가까운 사람이다. 도봉구에 산 지 20년, 이 집에 산 지가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니, 어머니한테 쫓겨나지 않는 이상 나를 주거문제의 당사자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울 내 최빈지역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도봉구는 꽤 살기 좋은 곳이다.


오늘 재밌는 얘길 많이 듣고 나니, 주거문제가 노동문제와 꽤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양자 모두가 형식적으로는 대등한 당사자 간의 계약관계인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권력관계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가 심판의 역할이 되어 이러한 비대칭관계를 일정하게 조정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 오늘날의 한국사회처럼 상당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근대 시민법의 이념인 소유권 절대 원칙에 대한 제한 또는 예외라는 점에서 주거문제와 노동문제는 닮아 있다. 한 사람이 노력하여 얻은 재산권 행사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국가정책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산의 형성이 오롯이 개인의 노력의 산물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상속과 같은 우연적 요소, 교육이나 SOC와 같은 사회적 자본이 그 재산형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생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는 점에서 양자는 공공복리와 관계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 점에서도 주거문제와 노동문제는 닮아 있다.


근로자와 임차인은 해고와 계약만료 통보에 의하여 생존 자체에 심대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권력의 비대칭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용자, 임대인은 거의 일방적으로 해고나 계약만료여부를 결정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용자, 임대인의 권한행사를 일정부분 제한한다고 하여 생존 자체에 심대한 위협까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재산에 손실을 입는다는 것은 쉬이 무시할 수 없는 손해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권한행사를 "일정부분" 제한하여야 한다고 한 것이다.


정치의 역할이 바로 이 것이라 본다. 근로자와 임차인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서 사용자와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시킬 것이냐를 결정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납득은 할 수 있는 결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


다만 우리사회의 노동관계의 경우, 장기간의 발전과정을 통해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의 제한이라거나,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부수적 의무로서 안전배려 의무와 같이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그나마 갖춰져 있는 반면,


주거문제는 임대인의 최소한의 안전배려의무조차 인정되지 않고 있고, 거주기간 갱신여부를 사실상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상대적으로 시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mein.beruf.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