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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급 4580원. 지금 환율이 1달러당 1148.5원이므로 3.99달러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연간 2000시간을 근무한다고 했을 때 연봉 8000달러 수준이니,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비웃는다. “1만2000달러 어디 갔어, 이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이 꼴찌를 다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최저임금은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영국은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5.93파운드(1만500원), 일본은 평균 730엔(1만900원)을 책정하고 있으며, 캐나다·뉴질랜드·아일랜드·프랑스·호주는 시간당 1만~1만5000원으로 정하고 있다.
물가와 환율이 나라마다 다르니 단순비교는 위험하다는 반론도 설 자리가 없다.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가 발간한 ‘세계 임금 보고서’는 물가·환율을 고려한 구매력 기준으로 각국 최저임금을 비교하고 있는데, 한국의 한 달 최저임금(797달러)은 호주(1597달러), 프랑스(1443달러), 아일랜드(1368달러)와 비교하기조차 민망하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1257달러)은 물론이고, 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1096달러)에도 한참 못 미친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수가 250만명에 달하고, 이조차 못 받는 노동자 수도 이에 육박한다.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 최저임금 언저리에 걸려 있는 이 나라 정부와 보수 정치권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다. “안돼~! 최저임금 올리면 영세기업 줄도산이야~.”
참다못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기 시작했다.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홍익대·경희대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달라”며 집단교섭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거의 예외 없이 사측 개입의혹이 짙은 복수노조가 출현했다. 줄도산한다던 업체들이 “사람 불러야 돼”라며 많은 돈 들여 노무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집단교섭을 시작한 조합원들 대부분이 50~60대 고령 노동자들인데, 비슷한 연령대의 대학 교수들 연봉과 비교해 보면 거의 열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학 청소부들 노동이 교수의 노동에 비해 10분의 1 가치밖에 안된단 말인가? 해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되며, 노사 간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다 결국 결정은 공익위원들 몫이 되곤 한다. 이들 공익위원 9명 중 8명이 현직 교수들이라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시급 4달러도 안되는 최저임금을 결정한 공익위원들 연봉부터 공개하라고 해야지 않을까?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기본 회의수당이 회당 7만원에서 10만원으로 50% 가까이 인상됐다. 2시간만 회의하면 10만원을 받고, 2시간 넘으면 5만원이 추가된다. 시간당 회의수당이 최저임금의 열 배 가까이로 오른 근거는 2011년 기획재정부 지침이란다. 최저임금 인상에는 인색한 정부의 이 지침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만이 아니라 모든 위원회의 회의수당이 다 올랐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시 최효종씨의 개그로 돌아가 보자. “가족들과 오순도순 사는 방법, 어렵지 않아요. 4인가족 생계비 월 평균 494만원만 있으면 돼요.” 연봉 2억2000만원을 받는 대통령, 억대 연봉의 장관들, 최저임금의 몇 곱절 이상을 세비로 받는 국회의원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어줄 리 만무하다. “최저시급 4580원으로 너희들이 한번 생활해봐라”며 팔을 걷어붙인 대학 청소부들. 그들이 이 부조리한 세상의 먼지들을 쓸어버리도록 우리 모두 응원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희망을 만드는 첫걸음 아닐까.
<오민규 비정규노조연대 정책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