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초, 중, 고등학교를 공립학교에서 졸업한 사람들은 모교에 찾아가도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5년마다 공립학교의 선생님들은 '전근'이라는 것을 가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1년에서 3년정도만 지나도 모교에 찾아가면 아는사람이 하나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나도 초, 중학교는 공립학교였기 때문에 스승의 날이 되어도 찾아가질 않는다. 가도 아는사람도 없고..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사립학교였다. 사립이 재단의 부정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취업한 선생님들 때문에 욕을 많이 먹지만, 우리학교에선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의 실력도 타학교에 밀리지 않을만큼 뛰어났고, 되레 재단이 돈이 너무 없어서 재정을 거의 종로구에 의지했었다고 하니까. 고등학교 다니면서 불만도 많았지만 역시 고마운 마음이 더 많다. 물론 '자율'얘기 하면서 가해진 억압까지 정당하다고 하는건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정규과목에서 배운것도 많았고, 교과 외에서 선생님들께 배운것도 상당히 많았다. 까막눈에 가까웠던 영어는 이제 타임즈온라인이나 BBC의 축구기사를 어려움 없이 번역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그때 배운 수학들은 내가 경제학을 복수전공 하기 위해 수강중인 대학수학의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어떤 선생님께 들었던, '너는 모든 일에 진지하게 임하는것이 장점이다'라는 말씀덕분에 지금도 만사에 진지하게 임하려 노력하고 있고, 논술강의중에 '전투력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할 것을 주문했던 선생님 덕분에 토론하는데 주눅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다.
금요일은 수업이 너무 많아 모교에 찾아갈 수 없었기에 오늘 모교를 찾아가려 했지만, 같이 가기로 했던 동창녀석들과 스케줄이 틀어지고, 과제는 과제대로 잔뜩 쌓여있어서 모교를 찾아갈 수 없었다. 모교의 '스승'님들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내년에는 모교를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고교시절 뿐만 아니라, 나는 20년을 살아오며 수많은 분들께 가르침을 받아왔다. 평생동안 이 감사함을 가지고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이 배움을 올바른 곳에 쓰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도록, 열심히 삶으로서 '스승'님들의 은혜에 보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