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0. 03:13

1.


이상한 하루.


독일사람, 독일유학동안 독일 국가대표팀 팬이 된 몽골사람 등 별의 별 사람들과 축구를 봤다. 보통 축구는 새벽에 방구석에서 혼자 보는 거였는데.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 네팔 형님들이 나보다 더 신나서 축하해주더라.


경력이 일천한 노무사 주제에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잔뜩 만나서, 별의 별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있다. 조금만 더 영어를 잘 했더라면, 나도 좋고 두목한테도 좋았을텐데.. 후회가 크다.


내일 패널 디스커션 잘 마무리해야 할텐데. 아마 잘 될거라 확신하지만.


그래도 한국 돌아가면 영어학원 등록해야겠다.


사진찍을 경황도 없어, 사진은 오늘 점심에 먹은 네팔 가정식 피자(?)로 갈음한다.


아 근데 호텔 침대 옆 스탠드 조명은 원래 못 끄는건가..? ;;



2. 


어렸을 때는 해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어느새 이걸 다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정치학 전공이지만 국제정치수업은 다 제꼈고, 신문을 읽을 때도 국제면은 그냥 넘겨버렸었던 걸 기억해 보면, 대학 입학 전의 일임은 분명하다.


어차피 직업도 국내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니, 국내만 넓게 살피는 걸로 내 세계는 충분히 넓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정말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며칠동안 정말 넓은 세계를 경험했다. 중요한 건 외국을 나가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아는 것이지 않나 싶다. 그래야 내 삶, 이 사회가 잘 보인다. 그러고 보니 비교정치학이 이런 걸 하는 학문 아니었나?


예를 들면,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아시아 친구들은 다른 나라에 대해 질문을 할 때 그 나라의 인종, 종교, 언어를 먼저 묻는다는 점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신경쓰지 않을 이런 것들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몹시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 정부가 동티모르 노동자들을 한국으로 초빙할 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았다. 이것이 적법한 것이냐?'는 충격적인 질문도 받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사안에 대해서 좀 알아 볼 생각이다. 아.. 일자리도 구해야 되는데..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내일 견학가려면 일찍 자야 하니 그만 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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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8. 7. 10. 03:12

나는 내 삶의 거지같은 부분도 건너 뛰지 못하고 하나하나 다 겪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는 다른 사람의 삶이래봤자 다 이쁘게 가공된 것들이다.


심지어 그 이쁘게 가공된 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겁나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래서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고 하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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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in.beruf.gd
2018. 7. 10. 03:10

2018. 3. 1.


이렇게 크나큰 진일보가 이렇게나 빠르게 다가올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굵직한 변화들은 경과규정으로 속도를 조절해 두었는데, 어떤 변화를 시도하든지 간에 "급격한 변화"라며 거품을 무는 집단을 피해가기 위한 좋은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보건대, 올 한해 노동운동의 핫 아이템은 휴게시간이 아닐까 한다. 일단은 당면한 문제인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가장 간편하고 빠른 대응이 시종업시간을 고정시킨 채 휴게시간을 막 때려넣는 것이니까.


이런 변화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은 "휴게시간 증가는 꼼수다" 라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그들이 가진 인적, 물적 역량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한심한 것 아닌가.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은 당사자간에 합의해서 (근로자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겠냐만, 사람들은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쉬는시간을 늘린 건데 그게 문제될 것이 있냐는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휴게시간 넣는 게 계약자유냐 나쁜짓이냐는 식의 소모적인 논의만 지속될 것이다. 이래서는 논의가 진전이 될수가 없다.


이렇게 휴게시간 넣는 것만 가지고 꼼수라고 주장하긴 힘들다고 본다. 자구책이랍시고 휴게시간은 잔뜩 집어넣더니, 그 휴게시간 지키지도 않더라는 게 밝혀져야 우위에 설 수 있다. 휴게시간 더 넣는 거 별거 아닌건 줄 알았는데, 치사하게 쓰지도 못할 시간에 배치하는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야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니, 한발 더 앞서나가야 한다. 휴게시간을 준수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휴게시간을 준수한다는 말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벗어나 그 시간을 온전히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래의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휴게시간의 참뜻을 널리 알려야 한다. 계속 강조하고 반복해야 한다. 지킬 자신이 없는 사업주는 휴게시간을 잔뜩 넣느니 차라리 출퇴근시간을 조절하자고 유도해야 한다.


덧붙여,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자체의 상승 뿐 아니라 이렇게 임금저하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노동계에 팽배한 "장시간 근로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줄어서 임금인상 없었으니 최저임금인상 취지를 상쇄하는 것"이란 주장이 얼마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Posted by mein.beruf.gd